남양기술연구소, NVH로 정숙함 넘어 감성 품질까지 잡는다

입력 2025년07월24일 08시5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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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대 핵심 과제로 떠올라
 -극강의 정숙성과 최상의 품질 구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동력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2만4529대를 판매하는 등 전동화 선도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동화 경쟁력의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거점인 남양기술연구소가 있다. 1996년 설립된 남양기술연구소는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전 차종을 개발하는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지로도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기아는 품질과 성능, 사용자 경험 등 제품 전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실증 기반의 개발 역량을 이 곳에서 키우고 있다. 각종 주행 환경과 주행 조건을 모사한 시험을 통해 차의 신뢰성과 감성 품질까지 정교하게 다듬고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핵심 과제로 떠오른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에 대한 개발 과정을 직접 살펴봤다.

 

 지난 23일 방문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내 NVH동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해, 정숙성과 감성 품질을 모두 충족하는 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먼저, 거대한 흡음 공간으로 구성한 남양기술연구소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을 찾았다. 차가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10×14m 규모로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실험실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없는 무향의 공간이다. 내부에 설치한 샤시 다이나모는 차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다. 시험 조건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패치로 교체가 가능하다. 서재준 소음진동기술팀 팀장은 “실제 도로와 최대한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3D 스캔과 재료 반발계수까지 반영해 패치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모사한 패치로 시험이 이뤄졌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마이크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을 계측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노면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로드노이즈 시험 목적은 단순히 소리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음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설계와 소재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소음원을 줄여나가기도 한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로 발생한 작은 진동이 현가장치나 차체 구조에서 어떻게 증폭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부품의 소재와 설계를 조정한다.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음향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의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평가실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VR은 외부시험로, 교차로, 터널, 실내 주차장 등 매우 다양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한 VR은 글로벌 연구소와도 실시간으로 합동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복다미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책임연구원은 “물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청각 정보만 주어지면 실제보다 더 크게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VR을 활용해 시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 몰입감을 높이고 실제 주행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운드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환경 평가실은 단순한 음향 재생에 그치지 않고 특정 차의 음향 전달 특성까지 반영된 ‘버추얼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보행자 보호음의 경우 스피커 장착 위치에 따라 보행자가 듣는 소리가 달라진다. VR 환경에서는 차의 이동 상황과 소리의 방향, 거리감까지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다. 이런 평가 방식은 각 국가별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사람이 불쾌하지 않게 느끼는 음향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살펴본 몰입음향 청취실은 실제 차에 탄 듯한 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청취 좌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피커가 정교하게 배치돼 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 도로 환경 속에서 주행 상황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돌비 애트모스(7.1.4채널)와 4차 앰비소닉(25채널)을 모두 청취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몰입음향 청취실은 실제로 느끼는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앰비소닉 모드는 측정된 공간의 음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실제 주행 환경과 가장 유사한 음향을 구현하며 돌비 애트모스는 엔터테인먼트 음향을 개발할 때 사용한다. 

 

 이곳에서는 전기차 보행자 보호음(AVAS), 주행 중 실내 유입음, 로드노이즈 등 다양한 NVH 성능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 특히, 64채널 마이크 어레이와 자체 개발한 헬멧 마이크로폰 어레이 장비로 실제 차량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 사운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 듣는 소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평가가 가능하다. 박종서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조건으로 음향 평가를 진행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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