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효율·가격 모두 충족시켜
프랑스차는 독일차에 비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이나 독창적인 설계는 분명 눈에 띄지만 이게 왜 좋은지 설득하기 어려웠고 신뢰성에서 한 발 밀린다는 편견은 지독하게 따라붙었다. 업계에서는 푸조의 문제를 ‘경험해보지 않은 자들의 편견’이라 평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푸조는 그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듯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정조준한 신차를 내놨다.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프랑스 감성을 바탕으로 실용성과 합리성을 두루 갖춘 이 차는 출시와 동시에 수입 준중형 SUV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디자인, 연료 효율, 가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만족시킨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C세그먼트 SUV, 흔히 말하는 준중형 SUV 시장은 그야말로 격전지다. 연간 2만5,000~3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브랜드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푸조는 여기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3008은 등장과 동시에 해당 세그먼트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세계 최저가' 라는 파격적인 승부수가 가장 눈에 띈다. 개별소비세를 반영한 가격은 알뤼르 4,425만1,000원, GT 4,916만3,000원이다. 특히 GT 트림의 가격은 2017년 한불모터스가 출시했던 2세대 3008(2.0 HDI GT)과 동일한 가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차는 푸조가 7년 만에 선보이는 3세대 완전변경이다. 유럽에선 출시 6개월 만에 10만 대 이상이 판매될 만큼 상품성을 입증했다.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프렌치 감성과 유려한 패스트백 실루엣의 조화가 돋보인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실내에선 진화된 파노라믹 아이콕핏을 통해 조작성과 몰입감까지 동시에 잡았다. 감성 품질을 논할 때 단지 소재와 마감만으로 판단하던 기준이 이제는 사용자의 몰입감까지 아우르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플랫폼 역시 새롭다. 스텔란티스의 ‘STLA 미디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해 이전보다 차체와 실내공간 모두 넉넉해졌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8ℓ에서 뒷좌석 폴딩 시 최대 1,663ℓ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암레스트를 포함한 총 17개의 수납공간을 마련해 총 34ℓ의 실내 수납 능력을 확보했다. 단순히 숫자만 키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공간을 최적화한 점도 인상적이다.
파워트레인은 신형 3008의 가장 큰 변화다. 1.2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합산 최고출력 146마력, 복합 효율 14.6㎞/ℓ를 발휘한다.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전기모터가 통합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심 주행 시간의 절반 이상을 전기 모드로 커버할 수 있어 경제성과 정숙성도 동시에 만족시킨다. CO₂ 배출량은 110g/㎞로 2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각종 세제 및 통행료 혜택도 가능하다.
시장 상황도 푸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기존 수입 C 세그먼트 SUV 시장을 주도하던 폭스바겐 티구안과 토요타 RAV4는 신차 교체 주기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3008은 이 절묘한 타이밍에 등판했다. 일부 제품은 재고 부족으로 인해 시장 내 공급이 잠시 주춤한 상황. 푸조는 이런 공백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수요 유입과 브랜드 전환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디자인과 연비, 가격은 물론 공간과 감성까지 두루 갖춘 올 뉴 3008은 국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라며 “수입차 시장에 또 하나의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3008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신차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차 시장에서 ‘합리성’과 ‘감성’이라는 두 단어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지금까지 ‘가성비’는 국산차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 푸조는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