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본연 성능, 차 성격에 잘 맞아
-2열, 이동 경험 깨닫게하는 '나만의 라운지'
렉서스 LM500h는 보기 드문 차다. 거대한 차체와 플래그십 MPV라는 외형적 정의를 넘어 누가 운전하느냐보다 누가 타느냐가 더 중요한 차다. 특히 뒷좌석은 항공기 일등석을 연상케 하는 공간과 편의 기능으로 움직이는 스위트룸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다. 전통적으로 정숙성과 안락함을 중시해온 렉서스의 철학이럭셔리 무버라는 콘셉트와 결합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이동의 가치를 제안한다.
▲디자인&상품성
전면부는 차체 색상과 통일감을 준 대형 스핀들 보디 그릴이 중심을 잡고 있다. 뚜렷한 경계를 드러내지 않는 심리스 타입 디자인은 공기 흐름을 매끄럽게 하고 크롬 디테일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양옆의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는 하이빔·로우빔·주간주행등·방향지시등을 하나로 통합해 자칫 복잡할 수 있는 형상에 깔끔한 맛도 더했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인상은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이 아니라 절제된 장식과 잘 다듬어진 표면에서 풍기는 ‘조용한 권위’다.
측면부는 이 차가 ‘타는 사람 중심’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낮고 길게 뻗은 벨트라인은 뒷좌석 탑승자의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고 블랙아웃 처리된 필러는 실내 공간감을 시각적으로 넓혀준다. 19인치 멀티 스포크 단조 알루미늄 휠은 경량화와 강성을 모두 잡아 주행 안정성을 뒷받침해준다. 측면 캐릭터 라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기역학적 성능까지 고려한 설계다.
후면부는 L자형 시그니처 바 램프 위에 또 하나의 램프를 추가한 독특한 구조가 눈길을 끈다. 리어 필러에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로 이어지는 입체적 볼륨은 멀리서 봐도 강렬한 존재감 그리고 넓고 안정적인 차폭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주차된 상태에서도 움직이는 고급 라운지라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내는 렉서스의 철학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가 집약됐다. 운전석은직관적이고 단순한 조작 환경을 제공하며 리얼 우드 스티어링 휠에 천연 염료 벵갈라 마감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LM500h의 중심은 뒷좌석이다. 로열 그레이드 2열 VIP 시트는 최대 76.5도 리클라이닝, 모션 캡처 기반 착좌 분석, 7가지 릴랙세이션 모드로 장거리 피로를 없앤다. 아닐린 가죽, 대형 헤드레스트, 열선 암레스트, 안티 바이브레이션 프레임, 우레탄 쿠션 등 모든 요소는 승차감을 위해 설계한 포인트들이다.
세계 최초 ‘부위별 타겟 공조’는 IR 센서로 얼굴·가슴·무릎 온도를 각각 파악해 필요한 부위에만 맞춤 냉난방을 제공한다. 이 외 48인치 울트라 와이드 스크린과 23개 스피커 기반의 마크레빈슨 3D 서라운드 오디오는 차 안을 영화관·콘서트홀로 바꾸며, 디밍 글라스 파티션과 흡음재는 1열과 2열을 단절시켜 나만의 프라이빗 공간을 만들어낸다. 듀얼 글라스 루프, 14가지 컬러 라운지 조명, 냉장고와 수납공간까지 단순한 좌석이 아니라 ‘움직이는 스위트룸’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2.4ℓ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합산 최고출력 368마력, 최대토크 46.9㎏·m를 낸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와 다이렉트4 전자식 AWD 시스템이 맞물려 전·후륜 토크를 최대 100:0에서 20:80까지 상황에 맞게 배분한다.
출발할 때 부터 렉서스답다. 전기모터가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올리고 가속이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터보 엔진이 부드럽게 힘을 보태준다. 터보 엔진의 특성상 일정 구간에서 출력이 급격하게 쏟아져나올 수 있지만 운전자는 이 같은 순간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속도계의 숫자만 높아질 뿐 렉서스 다운 부드러운 가속만 이어진다.
핸들링 성능은 MPV라는 점을 감안해도 안정적이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과 후륜 더블 위시본 구조, AVS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 그리고 렉서스 최초로 적용한 주파수 감응형 밸브와 결합해 노면 상태에 즉각 반응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고속 차선 변경 시 차체의 롤링을 억제하고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건 차체 크기와 전고를 감안해도 놀라울만큼 운전이 쉽다는 점이다. 시야가 넓어 도심 주행이나 주차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브레이크는 밟으면 밟을수록 강하게 반응하는 아주 정직한 느낌. 이렇다보니 갑작스럽게 정차해도 뒷좌석 승객의 몸이 크게 쏠리지 않겠다.
2열에 탑승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차 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 소음이 한 겹의 두꺼운 커튼 뒤로 사라진다. 몸을 시트에 기대면 부드러운 가죽이 온몸을 감싸고, 레그 서포트가 종아리를 받쳐준다. 차가 출발하지만, 가속과 감속이 의식되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창밖 풍경이 흘러가도 차 안의 공기는 고요하고 일정하다. 파티션 너머로 운전석이 희미하게 보일 뿐, 이곳은 완전히 분리된 나만의 방이다.
모션 캡처 기반 착좌 분석 기술을 썼다더니 이동 중에도 신체에 가해지는 압박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노면 충격은 차체와 시트 사이에 마련한 부싱류가 한번, 두툼한 쿠션이 또 한번 걸러내 늘상 편안하기만 하다. 리어 컴포트 모드에서는 감쇠력이 뒷좌석 승차감을 우선시해 더욱 좋은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
요즘같은 날씨에 LM500h는 스스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똑똑함도 갖췄다. 부위별 타겟 공조는 탑승객의 얼굴, 가슴, 무릎 온도를 각각 파악해 필요한 부위에만 맞춤 냉난방을 제공한다. 승객이 시트에 앉는 순간 온도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바람을 쐬어 주고 통풍 시트도 알아서 작동한다. 2열에서는 그냥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셈이다.
정숙성은 여전히 렉서스의 강점이다. 어쿠스틱 글라스는 바람과 노면 소음을 차단하고, ANC(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가 남은 소음을 상쇄한다. 엔진음은 차단벽 너머에서 은은히 들리는 수준이라 뒷좌석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이 고요함 속에서 휴식을 취하건 업무를 보건 뭐든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벌써 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이 차의 승차감이 주는 가장 큰 마법이다.
▲총평
LM500h는 뒷좌석을 위한 차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항공기 일등석 이상의 프라이버시, 고급 호텔 스위트룸의 편안함, 그리고 여유로운 이동 시간을 모두 제공한다. 주행 성능은 이 움직이는 라운지를 최대한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조율됐을 뿐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하는 동안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1억9,457만원이라는 가격은 제법 합리적인 투자일지도 모르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