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블랙이 주는 당당함과 기품
-완성도 높은 탄탄한 주행 감각 특징
블랙이 주는 깊이와 영감은 다른 색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체적인 실루엣을 차분하게 만들면서도 더 명확한 인상을 심어주고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상당하다. 여기에 기품 있으면서도 샤프한 모습도 동시에 드러낸다. 이처럼 블랙이 주는 독창적인 감각을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만나볼 수 있다. G80, GV80, GV80 쿠페 등 다양한 블랙 시리즈가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단연 절정은 G90 블랙이다. 플래그십 세단이 주는 존재감과 올-블랙으로 꾸민 특별함이 만나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직접 키를 건네 받아 시승을 통해 G90 블랙만의 매력을 살펴봤다.
▲디자인&상품성
컨셉에 맞게 외관은 전부 검게 물들었다. 반짝이는 크롬이나 화려한 은색 장식 등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원톤으로 꾸민 통일감 있는 차체에서 당당함이 느껴진다. 대형 그릴과 범퍼, 공기흡입구, 헤드램프 안쪽은 물론 사이드 미러와 몰딩, 배기 팁 등 기존에 다른 소재를 썼던 요소들을 전부 검정색으로 칠했다. 심지어 제네시스 엠블럼마저도 블랙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시선을 끄는 포인트는 바로 휠이다. 21인치 사이즈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차가 굴러가고 빛이 반사되는 느낌에 따라서 입체적인 형태의 검정색을 표현한다.
외장 색상은 비크 블랙이다. 현무암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비크 지역에서 색상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비크 블랙은 일반적으로 도료에 사용되는 펄과 다르게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유리 안료를 사용한 덕분에 G90 블랙의 깊이 있는 고급감을 더하는 동시에 맑게 반짝이는 효과를 자아내 우아함과 품격을 강조한다.
두툼한 전자식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가면 더욱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장면이 시선을 끈다. 특히,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 블랙 소재들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각종 버튼은 물론 조그셔틀이나 변속 레버, 페들쉬프트 등이 비슷하면서도 명도와 채도가 전부 다른 검정색으로 마감돼 있다.
그만큼 칙칙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무척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우드 패널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안쪽에 무늬를 가공해 멋을 살렸다. 그리고 간접 조명을 통해 각각의 블랙 장식이 더 풍부하게 드러난다.
폴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일체형 모니터 역시 검정 그래픽을 적극 활용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물론 화면 속을 채우는 UX/UI 구성은 제네시스답게 매우 쓰기 편하며 빠르고 정확하다. 상당히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내 차로 굴리면서 다뤄보면 만족도가 상당할 듯하다.
플래그십 세단다운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도어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전 좌석 도어를 자동으로 닫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운전석에서 조수석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으며 최적의 착좌감을 연출할 수 있는 커다란 시트도 흠잡을 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디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G90 블랙에는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8개의 마이크와 총 23개의 스피커를 적용해 유명 공연장과 장소의 음장 특성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측정해 재현한다. 여기에는 버추얼 베뉴 라이브 기능이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돌비 애트모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차 안을 근사한 공연장을 바꿔 놓는다.
2열은 쇼퍼드리븐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상당한 레그룸과 헤드룸은 기본이며 중앙에 위치한 각종 기능들이 단연 플래그십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터치패드로 차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으며 시트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물리버튼으로 별도 마련했다. 상석의 경우 버튼 한번만 누르면 최적의 레그룸을 확보하며 비행기 일등석 못지않은 공간도 연출해 준다.
성능이 좋은 마사지 시트를 경험하고 나면 차에서 쉽게 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 외에도 넉넉한 송풍구와 컵홀더, 각종 수납함, 천장에 붙은 거울 등 장거리 이동에도 전혀 힘들게 없다. 트렁크는 넉넉하며 깊이 뿐만 아니라 양 옆으로 넓은 스페이스를 마련해 골프백도 가로로 손 쉽게 넣을 수 있다.
▲성능
G90 블랙은 가솔린 3.5ℓ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e-S/C)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움직인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m를 발휘하며 효율은 ℓ당 9.3㎞다. 낮은 엔진 회전(rpm) 영역대에서 모터를 통해 압축시킨 공기를 한 번 더 압축시켜 공급한다. 일반 3.5ℓ 터보 엔진 보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을 앞당겨 저·중속에서의 가속 응답성을 높였다.
차는 매우 부드럽게 전진하며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속도를 올리는 순간에도 불쾌한 감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큼 엔진 필링이 매우 정제되어 있으며 RPM 구간별로 매끄러운 변속을 유도한다. 그저 대 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힘만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한 번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매우 강하게 그러면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질주한다.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 손쉽게 한계점에 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운전자가 생각하는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곳에 속도 바늘이 찍혀 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부분은 바로 정숙성이다. 내연기관에서 표현할 수 있는 고요함 가운데 단연 1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정숙성이 상당하며 그 어디에서도 거슬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풍절음은 물론 바닥 소음도 철저하게 잡았으며 탑승자는 그저 차 안에서 여유롭게 음악 감상만 하면 된다.
이와 함께 승차감도 훌륭하다. 노면의 굴곡을 전부 흡수하면서도 최대한 여유롭게 반응한다. 그래서인지 불규칙한 길은 물론 잦은 유철이나 과속 방지턱을 만나도 전혀 두렵지 않다. 놀라운 흡수력과 깔끔한 반응이 어우러져. 플래그십 가치를 높이는 매우 뛰어난 승차감이다.
이처럼 다양한 부분에서 주행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의 역할이 컸다. 전기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불필요한 반응과 감각을 최소화했으며 최대한 고급스러운 이동에만 집중한다. 내연기관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이질감은 극도로 줄였는데 이는 제네시스의 기술 개발 노하우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행 보조 기술도 돋보였다. 특히, 국내 지형에 최적화 되어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속도를 파악하고 카메라를 활용한 증강현실 기술까지 동원한 뒤 정확도를 높인다. 심지어 터널을 만나면 자동으로 내기순환으로 바꿔주는 센스도 챙겼다. 차선과 차간 거리를 맞추는 능력은 수준급이고 여러 변수에도 당황스럽지 않게 대처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차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커진다.
▲총평
G90 블랙은 단순히 색을 바꾼 한정 제품이 아니라 제네시스가 정의한 플래그십의 미학과 기술력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올 블랙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디테일의 완성도는 정지 상태에 서도 차의 위상을 분명히 드러낸다.
주행에 나서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중심으로 한 파워트레인이 여유롭고 정제된 움직임을 전달하며 정숙성과 승차감은 현존하는 내연기관 세단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특히 2열 중심의 공간 구성과 편의 품목은 쇼퍼드리븐 세단으로서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G90 블랙은 더 비싼 제네시스가 아니라 제네시스가 도달한 하나의 완성형이라 부를 만한 차다.
한편, G90 블랙의 가격은 1억3,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