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부터 다른 페라리가 생각하는 진짜 전기차 배터리  

입력 2025년10월10일 09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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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h SK온 배터리 탑재, 최장 530㎞ 이상 달려
 -내연기관 대비 무게 중심 80㎜까지 낮추는 데 성공

 

 페라리가 현지 시각 9일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열린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발표회에서 지능화된 배터리 시스템을 공개했다. 우수한 에너지 밀도를 바탕으로 효율을 높이면서 안전과 강성, 무게 분배 등 다양한 역할까지 수행해 내는 특급 배터리다.

 



 

 페라리가 100% 자체 설계하고 조립한 배터리는 차체 하부와 완벽하게 통합돼 동급 내연기관보다 무게 중심을 80㎜ 낮추는 데에 성공했다. 차체 중앙부는 통합 최적화 설계를 통해 배터리와 섀시 시스템의 무게를 최소화하면서 차 동역학 성능은 극대화했다.

 

 배터리 셀의 레이아웃은 관성을 최소화하고 무게 중심을 낮추도록 만들었다. 이를 위해 셀을 가능한 한 운전석 뒤편에 배치했다. 전체 모듈의 85%는 두 액슬 사이 중앙에 위치한 차체 하부에, 나머지 모듈은 뒷좌석 아래에 자리한다. 이러한 배치는 휠베이스를 단축하고 관성을 최소화해 모든 주행 상황에서 탁월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여기에 47:53 이라는 이상적인 무게 배분까지 완성했다.

 

 앞좌석 설계의 핵심은 뒷좌석 공간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차의 무게 중심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배터리 셀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운전석을 전진 배치하고 뒷좌석 등받이를 더 눕혀 실내 편안함을 오히려 한층 더 끌어올렸다.

 

 경량화를 위한 해법은 차의 구조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보고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핵심은 배터리 팩이 담당하던 보호 기능의 일부를 차체로 옮겨오는 것이다. 그 결과 섀시 자체가 배터리 셀을 보호하는 구조가 되었으며 셀은 충돌 위험이 있는 구역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배치했다. 배터리 셀과 사이드 실 사이의 공간은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크럼플 존 역할을 하는 동시에 냉각 라인이 지나가는 통로로도 활용한다. 

 

 이러한 원칙은 전방 및 후방 충돌 방어 설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배터리 모듈 내부의 셀들은 중앙부로 집중시키고 주변의 비어 있는 공간들은 셀을 보호하고 관성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흡수 구역으로 활용했다. 차 하부의 우발적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 셀을 차체 바닥에 매달리는 형태로 설계한 것. 이는 셀 하부에 에너지 흡수 공간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보호 쉴드의 무게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그 결과, 매우 얇은 알루미늄 쉘 구조가 탄생했다. 여기에 냉각판까지 통합해 차 전체의 효율성을 한층 더 높였다. 냉각수 자체도 안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낮은 무게 중심을 유지하고 충돌 시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기여하는 구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냉각 시스템은 여러 개의 내부 파이프와 세 개의 냉각판으로 구성돼 있다. 세 개의 냉각판은 하우징에 고정된 두 개와 상부 모듈을 냉각하는 소형 파이프 한 개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냉각수 흐름을 하나의 금속 유닛에서 관리하며 특히 냉각수의 유입과 유출이 동일한 냉각판을 통과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배터리 전체의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결과다. 배터리 냉각 회로는 내부에 위치하면서도 차의 주 냉각 시스템과 완벽하게 통합돼 있다. 이 회로는 차 앞쪽에서 뒤쪽으로 또는 그 반대로 흐르는 다른 부품들의 냉각수까지 통합 관리한다.

 

 122㎾h급 SK온 리튬이온 배터리는 총 15개의 모듈(6개의 듀얼 열, 1개의 싱글 열, 그리고 2개의 상단 모듈)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구성은 휠베이스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가용 공간을 최적으로 활용해 차의 민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각 모듈은 저항 용접방식으로 연결된 14개의 셀을 탑재하고 있으며 셀 사이는 절연 칸막이와 전도성 금속 칸막이로 분리돼 있다. 배터리에 사용한 셀은 305Wh/㎏ 이상의 에너지 밀도와 159Ah의 용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의 높은 성능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개발했다.

 

 시스템의 정격 작동 전압은 약 800V(210개 셀 직렬연결)이며 피크 전류는 최대 1200Ah에 달한다. 배터리는 필요시 손쉽게 분리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용 캐리어를 이용해 배터리를 분리하면 차체의 구조나 마감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모듈이나 내부 전자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인버터의 진화도 돋보인다. 먼저, 프런트 인버터는 공간과 무게를 절약하기 위해 프런트 액슬에 직접 통합돼 두 개의 프런트 엔진을 동시에 제어한다. 이 인버터의 무게는 9㎏에 불과하지만, 총 300㎾에 달하는 출력을 발휘한다. 시스템의 핵심은 '페라리 파워 팩'이다. 이는 초고성능 전력 변환에 필요한 모든 부품, 즉 6개의 실리콘 카바이드 모듈, 게이트 드라이버 보드, 그리고 전용 냉각 시스템을 극도로 콤팩트한 패키지 하나에 담아낸 통합형 파워 모듈이다.

 

 정밀도와 실내 정숙성은 '페라리 오더 소음 제거' 시스템을 통해 한층 더 높아졌다. 이 시스템은 '사운드 인젝션'과 '공진 제어기'라는 두 가지 소프트웨어 전략을 결합한 결과다. 이 두 시스템은 엔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전류 고조파를 모니터링하고 선택적으로 상쇄시켜 성능 저하 없이 날카로운 고주파 소음을 제거하고 에너지 손실을 줄여준다.

 

이탈리아(마라넬로)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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